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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급여율령, ‘여율령’의 원래 의미

— 동아시아 귀신은 처음부터 인간의 공권력에 복종했는가?

귀신을 쫓는 주문에 쓰이는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율령대로 신속히 처리하라’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서 ‘율령대로’라는 의미의 여율령(如律令)은 원래 전한 시대 공문서를 끝내는 상용구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관료제의 전통이 강한 동아시아에서는 귀신들이 관아의 공권력에 약하다는 해석이 종종 나옵니다. 중국 원나라 때의 유명한 희곡 《감천동지두아원》, 또 조선 시대의 《장화홍련전》 등 여러 이야기에서 죄없이 살해된 여자 귀신이 인간 관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이런 해석은 설...

순욱은 조조의 ‘자방’이 되기를 싫어했을까?

순욱은 조조와 함께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조조에게 최고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특히 조조가 순욱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의 자방”이라고 말한 것이 유명합니다. 여기서 “자방”이란 한나라를 세운 고제 유방의 모사인 장량을 말합니다. 그러니 조조는 순욱을 장량에게 빗대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유방에게 빗댄 것입니다. ❡ 한나라의 신하인 조조가 자신을 한나라의 황제에 빗대는 것은 반역의 뜻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통속연의》를 편집한 청나라 사람 모종강도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 이것은 은연중에 자신을...

역사/시대 고증은 창작물의 윤리성을 훼손하는가?

어처구니없게도 “고증”을 빌미로 삼아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창작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창작물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고증을 무시/파괴”하겠다고 선언하는 이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전자와 같은 작품을 만드는 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줄 필요가 있을까요? 즉, 정말로 온전한 시대 고증을 위해서는 소수자에게 차별과 폭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을까요? 작품의 “윤리적인” 측면을 중시한다면 (그리고 작품의 “윤리성”에 대한 개념이 적당히 합의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반드시 시대 ...

현대인의 렌즈에서는 난초와 먹 냄새가 나지요

순욱이 머문 곳에서 향기가 났다는 《양양기》의 일화는 언제나 사람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향을 상상해 봅니다. 이 상상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난초와 먹인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소재는 고고하고 단아한 고대중남 지식인의 모습을 들여다볼 때 끼는 현대인의 렌즈에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현대인은 당연히 현대인의 렌즈를 끼기 마련입니다. 현대인이 현대인의 렌즈를 끼는 것은 해로운 일도 아니고, 당연히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가 렌즈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이 어떤...

🍵 차와 문화승리

— 남조와 북조의 자존심 싸움

동아시아, 특히 중국 전통 사회를 상상할 때 사람들이 차(茶)를 마시는 장면은 꼭 들어갑니다. 하지만 한나라를 파는 사람에게 이것은 먼 훗날의 모습일 뿐입니다. 차가 중국 전역에서 기호품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당나라 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나라 이전 위진남북조 시대까지만 해도 차에 대한 선호도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랐습니다. 특히 남쪽에서는 차를 일상적으로 마시고, 북쪽에서는 차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이런 갈등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 먼저 소개할 것은 북조 사람이 쓴 《낙양가람기》에 나오는 이야기...

역사/시대 고증은 창작에 필요한 상상력을 방해하는가?

아(雅)는 조조가 향을 싫어해서 금지했다는 《태평어람》의 기록을 몹시 좋아합니다. 그 까닭은 조조가 향을 좋아했다고 상상하기가 아주 쉽기 때문입니다. ❡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삼국지 이야기에서 조조는 대체로 술과 노래 등 자기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였을 것 같은 캐릭터로 여겨지는 만큼, 후각을 만족시키는 향도 즐겼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조조는 순욱과 함께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를 각별히 신뢰했고 순욱은 《양양기》에 나오는 향의 일화로 유명합니다. 그러니 조조가 순욱의 영향을 받아서라도 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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