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포스트

외전. 은그릇과 콩잎장아찌

— 《전삼국문》의 조조 파트를 읽다가 어이가 없어져서…

진궁은 자기 앞에 놓인 밥그릇 바깥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밥알을 씹기만 했다. 조조가 보기에 오늘 진궁은 왠지 말을 많이 할 기분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자기가 거기 맞추어서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 “있잖아, 고孤가 구리 그릇으로 밥 먹는 거 본 적 있어?” ❡ 진궁은 약간 뜸을 들였지만, 조조의 뜬금없는 물음에 당황한 탓은 아닌 듯했다. 서두르지 않고 입안의 음식을 삼킨 뒤에 억양 없이 대답했다. ❡ “공公이 쓰시는 그릇 재질은 자세히 안 봐서 모르겠는데요.” ❡ 조조는 뾰로통해졌다. ❡ “주인을 모시고 살면 관심...

초혼의 효과

하나. ❡ 많은 삼국지에서 순욱은 “아! 승상께선 이제 내가 필요없으시구나ㅠ!”하며 곱게 자결하지만, 글쎄… 나는에 나오는(수많은)죽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순욱만 악귀가 되었을 것 같다. 삼톡순욱은 그렇다. [https://twitter.com/superpink89/status/1591833658553688071](https://twitter.com/superpink89/status/1591833658553688071) ❡ 둘. ❡ 후한 시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죽은 자가 산 자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고 두려워했지만 설마 순욱...

개작 1-1. 자살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려서

조조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조조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는 동안 진궁은 꿇었던 무릎을 세우고 일어났다. ❡ “이만 나가서 목에 칼을 받고 군법을 밝히겠습니다.” ❡ 조조도 그것이 정답임을 알았다. 하지만 정답을 순순히 따른다면 조조가 아니다. ❡ 때마침 조조의 머릿속에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법을 밝히겠다면 왕도에서 형을 집행해야겠어.” ❡ 조조는 자신의 천재적인 발상에 만족했다. 진궁을 살려서 허도로 보낼 좋은 구실을 얻었다. ❡ ”궁宮이 듣기로 장수가 군대를 이끌고 나오면 임금의 명령도 안 들을 수 있다고 ...

삼국지의 바탕, 후한 황실의 향

— 환제의 계설향, 영제의 한건녕궁중향, 헌제의 황금향로

‘삼국지’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요? 전란의 시대인 만큼 피와 땀이 가득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높으신 분들은 인민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궁중에서 아름다운 향을 즐겼습니다. ❡ 농민들이 노란 두건을 두르고 무장 봉기를 일으키게 될 만큼(184년 황건기의) 혼란스러웠던 당시를 흔히 ‘환령지말’이라고 부릅니다. ‘환령’이란 ’환제’와 ‘영제’를 가리킵니다. 후한 왕조의 마지막 세 황제가 환제(재위 132-168), 영제(재위 168-189), 그리고 헌제(재위 189-220)입니다. 공교롭게도 세 황제 모두 향에...

외전. 천구(天灸)

— 혹은 동상이몽. 어느 가을 8월 14일.

팔월 십사일 민간에서 모두 주묵(朱墨)으로 어린아이 이마에 점을 찍어 천구(天灸)라 부르며 역질을 막는다. 종름, 《형초세시기》, 상기숙 옮김(지만지). ❡ 차갑고 축축한 감촉에 놀라서 눈을 뜬 진궁의 시선이 잠시 갈피를 못 잡다가 곧 조조의 오른손을 향했다. 새끼손가락 끝에 붉은 먹이 묻어 있었다. ❡ ”그걸 내 이마에 바른 거예요?” ❡ ”응.” ❡ 진궁은 천천히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중얼거렸다. ❡ “이제 와서 새로 이럴 필요는 없잖아요.1” ❡ 조조는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을 닦으면서 말했다. ❡...

송나라 사람들과 명나라 사람들은 향낭에 무엇을 넣었을까?

허리에서 은은하게 코를 자극하는 향기를 풍기는 향낭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중요한 장식품이었고, 창작물에서도 매력적인 장치로 자주 사용됩니다. 단순히 향낭이라는 아이템을 등장시킬 뿐만 아니라, 향낭에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를 묘사할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운 창작이 되지 않을까요? 여러 창작물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매화 꽃잎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옛날 사람들은 향낭에 어떤 향을 넣었을까요? ❡ 향낭에 한 가지 재료만 넣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때부터 다양한 향료를 섞어서 사용했다는 것을 ...

1 15 16 17 18 19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