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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vs. 주유, 깃털 부채의 원조는?

— 동진 《어림》, 북송 《적벽회고》, 원대 《격강투지》의 기록을 종합하여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능하고 부지런하고 충성스러운 관료로 나왔다면, 《삼국연의》에서는 제갈량에게 어느 정도 세속을 초월한 신선스러운 이미지를 덧붙였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런 면모는 사륜거, 학창의, 윤건, 백우선과 같이 범상치 않은 아이템에서도 드러납니다. 이것들은 《삼국지》에 나온 것이 아니고, 《삼국연의》에서 등장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삼국연의》가 최초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 한편, 제갈량 하면 떠오르는 깃털 부채가 원래 주유의 아이템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 설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을까요? 이 글...

🐶 강아지 이름 짓기

예전에 이런 트윗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 기린+파랑, 바람+까망, 번개+빨강, 용+밤색, 서리+하양, 사자+누렁처럼,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동물의 이름을 지을 때 비유+색깔 패턴이 흔했던 것 같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 《서경잡기》에 서한 문제의 명마 이름으로 자연류紫燕騮[제비+검붉은 말], 녹리총綠螭驄[용+희푸른 말]이 나오네요. https://t.co/ZeeogmnL2I https://twitter.com/chiclix/status/1256753239980044288 ❡ 당시에는 《서경잡기》에 나온 여러 이름을 보고 추...

조적과 다른 역적들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5

예전에 ‘삼국지’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을 읽을 때 조조를 ‘조적’이라고 칭하는 것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한자를 병기한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대략 조씨 성을 가진 역적[曹賊]이겠거니 하고 짐작했습니다. 딱 보아도 연의에 나올 것 같은 표현이라서, 《삼국지》 원문을 읽기 시작할 때는 굳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안 나오는 말일 테니까요. (정말 안 나옵니다.) ❡ 그리고 한두 해쯤 지나서 결국 《삼국연의》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고… 마침내 본문을 검색해 보니 ‘曹賊’이 23건 나왔습니다. 옛날에 추측한 것이 맞...

《삼국연의》에서 살펴본 차의 기능

향香과 차茶는 당대 이래로 문화인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삼국연의》도 그 이후에 나온 작품인 만큼, 당시의 지식인에 속하는 저자와 편자들도 (최소한 《삼국지》의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보다는) 향과 차에 익숙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소양은 《삼국연의》에서 열심히 싸우는 무관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의에서는 문관 역시 등장하며, 그 중에서도 소수의 모사들이 책략을 써서 전투의 향방을 결정하는 장면은 특히 신비롭게 묘사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사용했던 공성계를 들 수 있...

외전 1-2-1. 평화로운 사람의 날

— 건안5년 정월 7일 경신일, 관도에서.

조조는 각반도 안 풀고 쿵쾅거리며 마루로 올라왔다. 초봄에 어울리지 않는 쉰 땀 냄새가 풍겼지만 진궁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 마루 바깥으로 잠시 눈을 돌렸다가 조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아직 일중日中1도 안 됐어요.” ❡ 일찍 왔다고 불평하는 기색은 아닌 것 같아서 조조는 부드럽게 대꾸했다. ❡ “평단平旦2에 등산3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 “여기선 밖이 안 보여서 몰랐는데 근처에 높은 산이 있었나 봐요.4 아침부터 힘드셨겠어요.” ❡ 조조가 올라갔던 곳은 산...

《삼국연의》에서 살펴본 향의 기능

《삼국연의》를 읽다가 놀란 점은 사람들이 향을 자주 피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중국의 향 문화는 북송 시기에 대폭발하고 이후로 일상에 스며들어 이어졌으므로, 3세기 사람 진수의 《삼국지》에 아주 드물게 나오던 향이 14세기 사람 나본의 《삼국연의》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삼국지》에서 향을 피우는 행위에 대한 언급은 《오지》에만 나옵니다. 순욱이 머물던 곳에 사흘 동안 향기가 난다는 일화가 유명하지만, 이 이야기의 출처는 《삼국지》 본문이나 주석이 아니라 《세설신어》 주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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