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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적과 다른 역적들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5

예전에 ‘삼국지’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을 읽을 때 조조를 ‘조적’이라고 칭하는 것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한자를 병기한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대략 조씨 성을 가진 역적[曹賊]이겠거니 하고 짐작했습니다. 딱 보아도 연의에 나올 것 같은 표현이라서, 《삼국지》 원문을 읽기 시작할 때는 굳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안 나오는 말일 테니까요. (정말 안 나옵니다.) ❡ 그리고 한두 해쯤 지나서 결국 《삼국연의》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고… 마침내 본문을 검색해 보니 ‘曹賊’이 23건 나왔습니다. 옛날에 추측한 것이 맞...

《삼국연의》에서 살펴본 차의 기능

향香과 차茶는 당대 이래로 문화인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삼국연의》도 그 이후에 나온 작품인 만큼, 당시의 지식인에 속하는 저자와 편자들도 (최소한 《삼국지》의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보다는) 향과 차에 익숙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소양은 《삼국연의》에서 열심히 싸우는 무관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의에서는 문관 역시 등장하며, 그 중에서도 소수의 모사들이 책략을 써서 전투의 향방을 결정하는 장면은 특히 신비롭게 묘사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사용했던 공성계를 들 수 있...

외전 1-2-1. 평화로운 사람의 날

— 건안5년 정월 7일 경신일, 관도에서.

조조는 각반도 안 풀고 쿵쾅거리며 마루로 올라왔다. 초봄에 어울리지 않는 쉰 땀 냄새가 풍겼지만 진궁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 마루 바깥으로 잠시 눈을 돌렸다가 조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아직 일중日中1도 안 됐어요.” ❡ 일찍 왔다고 불평하는 기색은 아닌 것 같아서 조조는 부드럽게 대꾸했다. ❡ “평단平旦2에 등산3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 “여기선 밖이 안 보여서 몰랐는데 근처에 높은 산이 있었나 봐요.4 아침부터 힘드셨겠어요.” ❡ 조조가 올라갔던 곳은 산...

《삼국연의》에서 살펴본 향의 기능

《삼국연의》를 읽다가 놀란 점은 사람들이 향을 자주 피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중국의 향 문화는 북송 시기에 대폭발하고 이후로 일상에 스며들어 이어졌으므로, 3세기 사람 진수의 《삼국지》에 아주 드물게 나오던 향이 14세기 사람 나본의 《삼국연의》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삼국지》에서 향을 피우는 행위에 대한 언급은 《오지》에만 나옵니다. 순욱이 머물던 곳에 사흘 동안 향기가 난다는 일화가 유명하지만, 이 이야기의 출처는 《삼국지》 본문이나 주석이 아니라 《세설신어》 주석에서...

연인 장익덕, 상산 조자룡… 그리고 하동 관운장?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4

《삼국지》에서는, 좀 더 일반적으로는 한나라 때까지는, 자기 자신을 자字로 칭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하다시피 한 사례가 장판파에서 장비가 조조군에게 일갈할 때였습니다(《삼국지포켓북1: 호칭어 가이드》). ❡ 이 몸이 장익덕이다. 너 죽고 나 죽자! [身是張益德也,可來共決死!] ❡ 이 명대사를 버릴 수 없으니, 나본도 장비가 자기를 자로 부른다는 설정을 《삼국연의》에 가져옵니다. 말이 조금 더 길어지지만요. ❡ 내가 연인 장익덕이다! 누가 감히 목숨을 걸고 나와 싸워 보겠느냐? [我乃燕人張翼德也!誰敢與我決一死戰?] ❡ ...

조조, 진궁, 백문루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3

01호에서는 《삼국지》의 대사를 《삼국연의》에서 변형 없이 (하지만 좀 뜬금없이) 사용한 사례를 보았고, 02호에서는 같은 대사에서 호칭어 하나만 바뀐 사례를 보았습니다. 03호에서 살펴볼 사례는 좀 복잡해서, 나본 양반의 오리지널 대화로 시작해서 《삼국지》의 내용으로 이어지고, 여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호칭어가 일부는 변형되고 일부는 유지됩니다. 진궁이 하비에서 사로잡혀서 조조 앞에 끌려온 뒤에 나누는 대화입니다. ❡ 《삼국연의》 19회에서 해당 대화만 뽑아서 번역해 보았습니다. 앞부분은 연의에서 창작된 내용입니다. ❡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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