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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2-1. 평화로운 사람의 날

— 건안5년 정월 7일 경신일, 관도에서.

조조는 각반도 안 풀고 쿵쾅거리며 마루로 올라왔다. 초봄에 어울리지 않는 쉰 땀 냄새가 풍겼지만 진궁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 마루 바깥으로 잠시 눈을 돌렸다가 조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아직 일중日中1도 안 됐어요.” ❡ 일찍 왔다고 불평하는 기색은 아닌 것 같아서 조조는 부드럽게 대꾸했다. ❡ “평단平旦2에 등산3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 “여기선 밖이 안 보여서 몰랐는데 근처에 높은 산이 있었나 봐요.4 아침부터 힘드셨겠어요.” ❡ 조조가 올라갔던 곳은 산...

《삼국연의》에서 살펴본 향의 기능

《삼국연의》를 읽다가 놀란 점은 사람들이 향을 자주 피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중국의 향 문화는 북송 시기에 대폭발하고 이후로 일상에 스며들어 이어졌으므로, 3세기 사람 진수의 《삼국지》에 아주 드물게 나오던 향이 14세기 사람 나본의 《삼국연의》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삼국지》에서 향을 피우는 행위에 대한 언급은 《오지》에만 나옵니다. 순욱이 머물던 곳에 사흘 동안 향기가 난다는 일화가 유명하지만, 이 이야기의 출처는 《삼국지》 본문이나 주석이 아니라 《세설신어》 주석에서...

연인 장익덕, 상산 조자룡… 그리고 하동 관운장?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4

《삼국지》에서는, 좀 더 일반적으로는 한나라 때까지는, 자기 자신을 자字로 칭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하다시피 한 사례가 장판파에서 장비가 조조군에게 일갈할 때였습니다(《삼국지포켓북1: 호칭어 가이드》). ❡ 이 몸이 장익덕이다. 너 죽고 나 죽자! [身是張益德也,可來共決死!] ❡ 이 명대사를 버릴 수 없으니, 나본도 장비가 자기를 자로 부른다는 설정을 《삼국연의》에 가져옵니다. 말이 조금 더 길어지지만요. ❡ 내가 연인 장익덕이다! 누가 감히 목숨을 걸고 나와 싸워 보겠느냐? [我乃燕人張翼德也!誰敢與我決一死戰?] ❡ ...

조조, 진궁, 백문루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3

01호에서는 《삼국지》의 대사를 《삼국연의》에서 변형 없이 (하지만 좀 뜬금없이) 사용한 사례를 보았고, 02호에서는 같은 대사에서 호칭어 하나만 바뀐 사례를 보았습니다. 03호에서 살펴볼 사례는 좀 복잡해서, 나본 양반의 오리지널 대화로 시작해서 《삼국지》의 내용으로 이어지고, 여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호칭어가 일부는 변형되고 일부는 유지됩니다. 진궁이 하비에서 사로잡혀서 조조 앞에 끌려온 뒤에 나누는 대화입니다. ❡ 《삼국연의》 19회에서 해당 대화만 뽑아서 번역해 보았습니다. 앞부분은 연의에서 창작된 내용입니다. ❡ 조조:...

손책·손권 형제와 주유의 관계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2

앞서서 《삼국지》의 대사를 《삼국연의》에서 그대로 옮겨 적은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여기에서는 대사를 변형한 경우, 특히 손책 형제와 주유의 관계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 우선 《삼국지》에서 주유가 군대를 이끌고 손책을 도우러 왔을 때 손책이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내[吾]가 경을 얻었으니까 일이 잘 풀릴 거야.” 중요한 장면이니까 나본 양반도 《삼국연의》에서 가져다 썼습니다. 그런데 손책이 주유를 부르는 말을 바꾸었네요. 《삼국연의》에서는 ‘경’이라고 하지 않고 주유의 자[公瑾]를 부릅니다. 《삼국지》의 시대에 ‘경’은 아랫사...

‘논영회’의 그 대사

—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1

얼마 전부터 《삼국연의》를 처음부터 조금씩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원래 읽던 것은 아니다 보니 저자 나본(자: 관중)의 창작이나 전승보다는 기존 《삼국지》에 나온 장면에 살을 덧붙인 서술에 더 관심이 갑니다. 그중에서도 대화에서 사용하는 호칭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요. ❡ 사서 《삼국지》를 처음 읽을 때 가장 놀랐던 장면은 이른바 ‘논영회’였습니다. 조조가 유비에게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밖에 없다!”라고 하는 유명한 대사는 소설과 만화에서 많이 보았는데, 《삼국지》 본문의 호칭을 그대로 옮기자면 “천하의 영웅은 사군(使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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