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米는 rice가 아니다

— 삼국지 해석의 실수

한자 문화권에서 《삼국지》는 팬이 워낙 많다 보니 해석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그런데 한문 원문을 잘못 해석해서 일어나는 실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가 ‘米’의 해석입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米’라는 한자는 ‘미’로 읽고 쌀을 뜻합니다. 현대한국어에서 쌀이 주로 볍쌀(벼의 알곡, rice)이므로 米 또한 볍쌀로 해석하기 쉽지만, 한자 ‘米’와 한국어 ‘쌀’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쌀’을 찾아보면 세 가지 풀이가 나옵니다. ❡ 3번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쌀’이라는 말에는 이미...

황제는 만세, 제후는 천세?

1909년 대한제국 시절, 김구는 자기에게 부르는 ‘만세’ 소리를 듣고 기겁했습니다. 김구에게 있어 ‘만세’란 황제에게만 쓸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황제의 신하인 군수는 웃으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친구와 만나고 헤어질 때도 만세를 부를 수 있다고 안심시켰습니다.

한나라의 광녀(狂女)들

광녀(狂女)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미친 여자’라는 뜻입니다. 한자문화권에서 이 말이 최초로 발견되는 문헌은 바로 《한서》입니다. 〈왕망전 중〉에는 신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된 왕망을 비난하는 ‘미친 여자’가 등장합니다. ❡ 이 해에 장안의 미친 여자[狂女子] 벽(碧)이 길에서 소리쳤다. “고황제[유방]께서 크게 노하셔서 내 나라를 돌려달라고 하셨다. 돌려주지 않는다면 9월에 너를 죽일 것이다!” 왕망은 그를 잡아 죽였다. 《한서》 〈왕망전 중〉. ❡ 이렇게 사회의 불안이 도래했음을 외치는 여자를 ‘광녀’로 기록한 사례를 찾...

청동기에 새겨진 아름다운 글자들,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고대 중국의 청동기는 사진으로만 보아도 충분히 장엄합니다. 기물 자체의 모양도 그렇고, 기물에 새겨진 글자들이 신비로운 효과를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주나라 청동기에 새겨진 글자를 금문(金文)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금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요? 한나라 청동기에는 또 어떤 글자가 적혀 있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청동기에 새겨진 명문(銘文)이 왕조마다 어떻게 달랐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 대표적인 청동기로는 정(鼎), 곧 세발솥이 있습니다. 한자 ‘鼎’의 갑골문과 금문을 보면 아래와 같이 고양이를 닮은 모양도 있는...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한가, 아니면 존귀한가?

— 여성혐오의 두 가지 버전

얼마 전 〈한나라의 똑똑한 여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포스트에서 주나라와 한나라의 남성 지식인들이 각기 여성의 똑똑함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간단하게 비교해 보았습니다. 여기에서는 한나라 이후의 사례를 추가로 살펴보면서 한나라의 특징을 좀 더 상세히 파악해 보겠습니다. ❡ 아무래도 현대인에게 익숙한 여성혐오 패턴은 이것입니다. ❡ [남자는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다] 전제: 여자는 원래 남자보다 지성이 부족하다. 결론: 그러므로 여자는 남자의 다스림을 받는 비천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 여성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의 지...

면류관과 승여

— 후한시대에 황제를 상징한 사물은?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The Crown》은 영국 국왕 엘리자베스 2세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crown이라는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는 왕관입니다. 그런데 crown은 단순히 왕관이라는 사물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국왕의 지위, 혹은 국왕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 이런 용법을 환유법이라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환유법이란 ‘어떤 사물을, 그것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낱말을 빌려서 표현하는 수사법’을 말합니다. 한국어의 경우 국회의원을 ‘금배지’라고 부르는 예를 꼽을 수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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