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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적벽 [완결] [🔒 무료 미리보기]

— 건안13년 봄 정월, 업에서.

“나는 공公이 모르는 줄 알았어요.” ❡ 조조는 뜬금없는 소리를 듣고 황당했다. ❡ “무슨 소리야?” ❡ “공公이 워낙에 뻔뻔스럽게 구니까, 형벌로 발목을 잘리면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정말 모르는 줄 알았죠. 그 정도면 괜찮았어요. 나를 막 대하고 희롱하기는 하지만 그건 공公이 못돼먹었고 내가 공에게 반기를 든 전력이 있어서지, 내가 형여刑餘의 몸이라서 멸시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3-7. 손님 [🔒 무료 미리보기]

— 건안13년 봄 정월, 업에서.

진궁은 왜 뜰에 나와 있느냐고 조조가 캐묻기 전에 미리 말했다. ❡ “밖에서 향기가 나서 공公이 오신 걸 알았어요.” ❡ 조조는 기분이 좋아져서 받아 주었다. ❡ “사공부 후원에 매화가 많이 피었어.” ❡ 진궁도 열심히 호응했다. ❡ “궁금하네요. 꽃 붙은 가지라도 하나 보여주시면 안 돼요?” ❡ 하지만 조조는 펄쩍 뛰었다. ❡ “살아 있는 나무에서 가지를 꺾어 오라니 경卿은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소리를 할 수 있어?” ❡ 진궁은 할 말을 잃고 한 손으로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조조를 바라볼 뿐이었다. 조조는 정색을 하고 더 ...

3-6. 매뉴얼 작성자의 정체와 색다른 제안

— 건안12년 가을 8월, 업에서.

진궁이 화분에 심은 호유胡荽1의 잎을 뜯고 자투리 천으로 싸서 품에 넣는 것을 시자가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들이닥쳐 몸수색을 벌였다. 진궁의 겉옷을 풀어 헤치자 곧 풀을 싼 천이 떨어졌다.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포박해서 당 아래에 꿇어앉혔다. ❡ 돌로 된 바닥 위로 눌린 진궁의 다리가 저리다 못해 경련을 일으킬 만큼 시간이 지나서야 사공부 별채의 문이 열리고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진궁의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조조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었다. 진궁은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볼 생각으로 고개를...

3-5. 모주의 마지막 식사와 마지막 계책

— 건안12년 봄 2월, 동무양에서.

이번 여정은 여러모로 평소와 달랐다. 일단 장료가 인솔하는 것부터가 예외적인 일이었다. ❡ 전날과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전사傳舍에 도착했을 때 사장舍長이 불편해하기는커녕 최고급 대사代舍1를 내어 주는 일은 처음이었다. 호송 문서를 훑어보는 사장의 얼굴에 비웃음이 비쳤던 듯도 했지만 장료는 자기가 잘못 본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 진궁이 수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버틴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그의 저항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장료는 이곳이 진궁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내지 못했다. 떠올렸다고 해도 그가 왜 수레 안에 처박혀 있으...

3-4. 자루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기

— 건안12년 봄 2월, 순우에서 업으로 가는 길에.

교섭에 실패하고 나온 장료는 진궁을 실은 수레로 다가가서 문을 살살 두드렸다. ❡ “선생, 료遼입니다. 잠시 열어도 괜찮겠습니까?” ❡ “이번에도 장군이셨나? 바람이 들게 해 주면 나야 고맙지.” ❡ 장료는 봉인을 뜯고 수레의 뒷문을 열었지만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진궁도 평소의 루틴과 다른 점을 곧 눈치챈 것 같았다. 해가 져서 어두워졌으니 여느 때라면 병사 한 명이 즉시 그를 끌어내어 업고 전사傳舍1에서 정해 준 방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 “무슨 일 있구나?” ❡ “송구하지만…” ❡ “전사에서 나한테 줄 ...

3-3. 흰머리가 없는 까닭

— 건안11년 가을 8월, 순우에서.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조조는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 “공대, 경卿이 올해 몇 살이더라?” ❡ 진궁은 잠시 계산해 보고 대답했다. ❡ “마흔다섯이요.” ❡ 조조는 투덜거렸다. ❡ “그런데 왜 경卿은 흰머리 하나 안 나는 거야? 내가 그 나이였을 땐 꽤 있었는데.” ❡ 진궁을 포로로 잡았을 때 조조는 마흔네 살이었다. 지금 진궁이 그때의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졌다니 세월이 빠르기는 하다. ❡ 진궁은 실없는 소리를 했다. ❡ “공公이 무서워서 흰머리도 감히 못 나오고 있나 봐요.” ❡ “그럼 이 검은 머리는 다 고孤를 안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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